미지의 조형과 무의미의 사유
2003.09 장경화 -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섬유예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료의 다양한 연구에서 시작되어 발전을 거듭하여 1960년대 이후부터는 재료와 개념의 확산과 더불어 많은 섬유예술가의 활동이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섬유예술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를 잡게되었다. 이러한 섬융예술 흐름의 한복판에서 이은숙은 대학과 대학원 시절에 섬유예술을 전공하고 외로운 작업을 시작하면서 첫 개인전(1986)을 준비하게 된다. 작업과정 중에 파라핀 과열로 큰 화상을 입게 되어 3년동안 8차례의 수술과 오른손을 영원히 못쓰리라는 상태에서 고통스러운 시간과 극한 상황에서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1988년 첫 개인전을 파라핀과 홀치기 작업으로 전시회를 갖게되고 이어서 1986년 명주 홀치기 작업들로 2회 개인전을 하였다. 이는 본인의 내적 고통과 주변상황을 작품생활로 정면돌파를 해내고자는 의지에서 적극적인 작품을 제작 하였다. 이후 그녀는 국내 활동보다는 국외활동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미국의 "국제섬유공모전"에 2차례 수상과 독일에서 전시와 퍼포먼스 등으로 자신감을 얻으면서 국내활동 보다는국외에서 인정 받게되었다.
이후 2000년 그녀는 2차 시련기를 맞게된다. 1년 간의 국외생활에서 오는 심한 심리적인 불안감을 맞이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도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은숙의 지금까지 결코 평탄하지만 않은 가운데서 작업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현실을 두려워 하거나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면서 철저한 작가정신으로 한계와 주변환경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은숙은 짧은 기간에 대작중심의 많은 작품들을 제작하고 다이나믹한 미술계의 활동을 해왔다. 주로 개인전을 통하여 활동을 하였던 그녀의 지금까지의 대표작품이라 할 수있는 3점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정리를 하여보기로 한다. |
첫째로 필자의 관심을 모았던 1990년 3회 개인전은 과거와는 달리 이은숙의 작품은 재료와 조형성이 크게 확장된 개념으로 나타나면서 공간으로 확대되어 간다는 점이다. 설치작품인 "What is the Mu Mu Mu..."는 형광색으로 염색된 실을 홀치기 기법으로 산호같은 형상들을 투명한 사각형 박스에 제작되어 공간에 배치되었다. 형광색의 실에 함께 덩어리를 이루는 알파벳 모형은 서로 어울려지면서 조명을 받아 화려하면서 환상적인 시각적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전시는 기존 섬유미술의 전형과는 달리 조형언어와 감정표출, 제작기법, 설치 등 새로운 섬유미술의 장을 과감히 열었던 의미를 주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의 알파벳이라는 문자와 동양의 전통적인 방법의 홀치기 기법의 만남은 서구 문명과 동양문명의 만남이고 문명간의 충돌에서 발생 되어지는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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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쨰로 1994년 5번째 개인전시에 출품된 "기다리는 영혼"은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채우는 대형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시장이라는 커다란 하나의 잠재된 공간을 질서와 혼돈이 어울러진 환상적인 새로운 생명의 공간으로 재 탄생시킨 것이다. 형광색의 섬유가 있는 필름들을 긴 섬유처럼 만들어서 그녀의 손작업을 통해 짜고 엮어서 커다란 조형적 구조물의 형태를 갖추고 마치 사람의 영향을 맏지 않은 천연동굴속의 그 무엇들을 상상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하여 그녀의 창의적 상상력과 진보적 조형미학을 증명시키는데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셋째로 1996년에 제작된 "탯줄"이라는 작품은 넓은 전시장의 공간을 차지하면서 그 사이를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도록 설치되어 무용수의 퍼포먼스와 사운드가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색으로 염색된 섬유들을 추상적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탯줄"은 작품의 명제에서 느끼는 신성함과 혐오스러운 느낌과는 달리 매우 신비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작품으로 그녀의 자연주의적인 삶과 인간적인 그녀의 성품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여러겹의 필름과 형광실 그리고 천 조각 등을 가지고 작가가 엮어 만든 커다랗고 둥근 발광 조형물은 형광 빛으로 조명된 실내에서만 드러난다. 관객들은 환상적이면서 자기 고우 존재영역인 잠재의식 속으로 작접 돌아게게 만들고 전시장 전체에는 모태와 태아의 심장소리를 통해 강조되는 자궁내부로 표현되는 상징적인 메세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는 인간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애정의 은유적이면서 상징적인 표현으로 읽어지며, 인간에서 시작되어 자연으로 확산되는 메세지를 담아내고 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은숙의 작품세계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게(자신의 은유적인)를 형상화 해내는 작업과 숫자들(돈, 권력, 살아있는 자의 업적)로 삶과 죽음, 자아와 현실 등의 보이지 않은 뒷면을 애견하고 므의미에 대한 상징적 메세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녀의 단순노동에서 오는 손맛과 이러한 반복적인 작업을 통하여 새로운 또 다른 자신과의 만남을 위한 몰아지경으로 이어지는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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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화된 환상적 공간
1994.11 박래경 - 미술평론가
비물질화된 환상적 공간 이은숙의 작업은 의도적인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부여해가는 자기나름의 작업의 기본과제를 풀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목면실과 같은 섬유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형광성이 있는 재료를 첨부시킴으로서 비물질화에서 오는 일종의 환상성을 자아내고 있다. 복잡한 현대에 사는 사람들의 동경하는, 단순한 환상성에 이들 작업은 하나의 회답을 내어놓고 있다. 끊이나 노끈과 같은 긴 섬유질을 꼬거나 풀거나 늘어뜨린다는 것은 마음을 역어 시간을 흘러가게 하는 손 일에서 흔히 찾아볼수 있는 기술적인 기법이다. 근래에 와서 현대의 여러 대량생산품을 기본섬유재료로 다시 설정해 엮거나 늘어뜨리는 손일의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의 작업이 제법 눈에 뜽니다. 이은숙의 오브제 작업도 그같은 계열에 드는 경우라 하겠다. 정도의 차이나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오늘의 사람들은 물질적인 물성에 생명체적인 힘을 전달, 접근하는 방법으로서 노끈이나 마대섬유를 늘어뜨리고 복잡한 가닥을 속계적으로 또는 율동적으로 짜며 펼쳐가는 조형작업에 곧잘 매료되고 있다. |
그동안 오브제 작업을 여러가지로 시도해오던 이은숙은 최근 목면 색실이나 흰노끈 실타래를 풀어서 폴리에스터 필름에 밀착한 끈을 넓게 또는 좁게 역으면서 지루하리 만큼 되풀이하는 현제의 짜는 손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같은 끝없는 그 필름을 다시 긴 섬유형식으로 잘라서 끈을 만들어 그것을 다시 끝없이 짜고 엮어가는 무한의 손작업의 연속에 의해서 공간속에 그 모습들을 들어낼때에는 새로운 조형적 구조물로서의 전혀 다른 형태를 가능하게 하고있다.
이은숙의 최근의 설치작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섬유로 작업하는 이은숙은 이와같은 일에 스스로 매료되어 잡히는 가닥을 흐트러지게 하고 흐트로진 가운데에 일정한 질서를 부여하여 비물질화된 환상적인 또하나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이와같은 작업을 특정한 형광성의 색실과 함께 투명하게 엮은 폴리에스터 필름에 투영된 조명에 의해서 특유한 환상성을 증폭할 수 있는 일에 탐닉하고 있다. 최근의 그의 이와같은 작업은 마치 무시간적인 신화나 동화세계의 투명한 숲이나 동굴을 연상케하는, 순진무구한 공상세계에에의 길을 엿보이게 하고있다.
이은숙의 최근의 설치작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섬유로 작업하는 이은숙은 이와같은 일에 스스로 매료되어 잡히는 가닥을 흐트러지게 하고 흐트로진 가운데에 일정한 질서를 부여하여 비물질화된 환상적인 또하나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이와같은 작업을 특정한 형광성의 색실과 함께 투명하게 엮은 폴리에스터 필름에 투영된 조명에 의해서 특유한 환상성을 증폭할 수 있는 일에 탐닉하고 있다. 최근의 그의 이와같은 작업은 마치 무시간적인 신화나 동화세계의 투명한 숲이나 동굴을 연상케하는, 순진무구한 공상세계에에의 길을 엿보이게 하고있다.
희망의 빛 속에서
2014.06 이정실 - 미술평론가
설치미술작가 이은숙 작가는 군인들과 희생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까다롭고 감각적인 현대 예술의 형태로 작품에 담았다. 그녀는 가족사의 비극 (아버지는 북한에 가족이 있는 실향민이지만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죽었다)에 동기를 부여받았고, 이 작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전쟁으로 인한 집단적, 개인적 트라우마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쟁으로 인한 슬픈 이야기들은 생존자, 목격자 집단과 후손들에 의해 지속된다. 분단된 가족의 슬픔을 생각하며 그녀는 독일 베를린에서 ‘소멸하는 베를린 장벽’을, 한국 비무장지대 (DMZ)에서 ‘분단된 이들의 이름’이라는 조명 예술을 설치했다. 이제 그녀는 삶의 존엄성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삶이 지속되고 연결되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워싱턴 DC에 평화의 메시지를 설치할 예정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그녀의 작품을 통한 효과로는 독자들, 특히 후손들을 감동시키고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아픔을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북한과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의 통일 뿐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강제이주 된 이들의 재회도 희망한다. 그녀 자신의 트라우마의 치료법을 찾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가족이 놓인 상황에 영향을 받았고 작품을 만들다가 일어난 사건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전쟁 피해자들, 특히 군대에 납치되어 끌려간 성노예들의 사진들을 수집했다. 전 쟁에서 살아남아 존엄성을 품고 있는 그들의 영혼은 그녀의 작품 속에서 밝은 별처럼 빛난다.
그녀는 조각난 역사를 폴리에스테르, 사진 전시, 형광 램프조직, 역광 등의 예술적 도구를 이용해 다시 붙이는 예술 치료를 권한다. 특히 ‘탯줄’이라는 작품은 손으로 직접 땋은 줄을 폴리에스테르 영화 조각, 네온 조명조직, 역광과 함께 만든 설치작품으로 심장소리가 배경으로 깔린다. 이작가의 작품은 손이 많이 가는 노동과 공동작업 등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덕분에 예술가와 참여자들은 삶의 의미와 사람들 사이에서 의사소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감상하고 배운다.